의심이 변하여 빛나는 믿음으로
의심하는 사람의 대명사인 도마.
헬라어로 ‘디두모’로 불렸던 ‘도마’는 쌍둥이라는 뜻이다. 예수님의 열두제자 중 한명인 도마가 부르심을 받게 된 경위는 성경에서 찾아볼 수 없다. 갈릴리 출신의 어부였던 도마는 열정적이면서도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예수님께 충성으로 헌신하기로 작정한 도마는 그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위험이라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요한복음에는 도마의 용감한 성격이 잘 표현되어 있다. 나사로가 죽음에서 살아나기 직전, 예수님의 명성이 높아지자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님을 대단히 시기했었다. 그래서 종교지도자들은 폭도들을 선동해 예수님을 돌로 쳐 죽이려고 여러 차례 시도한 바가 있었다. 그 때 위험한 예루살렘을 떠나던 예수님은 유대에서 요단으로 건너가는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계셨다. 그런데 갑자기 사랑하는 나사로가 중병에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예수님은 이틀을 기다리셨다가 나사로를 보러 베다니로 되돌아가자는 의견을 내놓으셨다. 제자들은 깜짝 놀라서 “랍비여 방금도 유대인들이 돌로 치려 하였는데 또 그리로 가시려 하나이까?”(요 11:8)고 물었다. 한동안 누구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때 도마가 “우리도 주와 함께 죽으러 가자”(요 11:16)라며 비장하게 외쳤다.
이렇게 도마는 죽는 한 이 있더라도 주를 따라 베다니로 갈 각오를 다짐한 것이다. 일사각오! 하지만 도마는 용감하기만 했던 것 같다. 나사로를 살릴 능력을 가지고 계신 주님을 바라보지 못한 것이다. 그저 그는 의리로 죽음을 각오한 것이다. 이렇게 인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도마의 사고 방식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구원을 이루신 후에도 계속되었다. 십자가에서의 처참한 죽음으로 도마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을 등지고 도망치는 인간의 사랑의 한계를 보이고 만 것이다. 그 후 예수님을 잃고 비탄에 잠겨 있던 도마는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동료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불신앙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손으로 만져보지 않고 믿는다는 것이 도마에게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예수님이 부활 후 처음으로 다락방에 나타나셨던 밤에도 도마는 그 자리에 없었다. 도마는 예수님이 나타신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가지도 않았다. 그래서 말씀을 배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해 주셨으나,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는 사명을 위임받지 못했다. 제자들이 예수님이 나타나셨다고 도마에게 설명하고, 못자국의 상처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나 회의에 빠진 도마는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요 20:21∼15)고 말했다.
8일 후 이런 도마에게 예수님이 찾아오셨다. 예수님은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요 20:26∼27)고 당부하셨다.
예수님의 말씀이 마치기도 전에 도마는 무릎을 꿇고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요 20:28)라고 고백했다. 이 고백은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한 것이며, 이전에 있었던 모든 제자들의 어떤 고백보다도 빛나는 믿음의 고백이었다.
2000년 전, 예수님이 도마에게 하셨던 말씀을 오늘 우리에게도 말씀하고 계신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