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only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

by 삶의언어 posted Dec 27, 2022 Views 0 Likes 0 Replies 0
?

Shortcut

PrevPrev Article

NextNext Article

Larger Font Smaller Font Up Down Go comment Print
?

Shortcut

PrevPrev Article

NextNext Article

Larger Font Smaller Font Up Down Go comment Print
Extra Form


솔로몬 왕에게는 먼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까운 친구가 있었다. 왕은 친구가 돌아갈 때면 그 가족들에게 줄 푸짐한 선물을 함께 보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해, 그럴싸한 선물을 갖고 온 그 친구에게 왕이 무엇인가 마땅한 선물을 주려고 하자 그 친구는 굳이 사양하면서 말했다.
"왕이시여, 왕의 은혜 덕분에 저는 살아가는 데 아무 불편이 없습니다. 만일 제게 뭔가 주시려거든 단 한 가지, 동물들의 말을 가르쳐 주실 수 없을까요."
"친구여," 하고 대답했다. "소원을 들어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군 그래. 하지만 이건 아주 위험한 노릇이야. 절대로 비밀을 지켜 줘야 해. 만일 들은 얘기를 한 마디라도 누설하면 그대는 당장 죽게 된다네."
그래도 한사코 친구가 소원하는지라 왕은 그 소원을 들어 주었다. 왕의 친구는 기뻐하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어느 날 그가 아내와 함께 앉아 쉬고 있노라니 들일을 마친 황소가 돌아왔다. 황소는 그 날 꾀병을 부리고 외양간에서 귀고 있던 당나귀와 나란히 섰다. 그때 당나귀가 말했다.
"황소 군, 요즘 기분이 어떤가."
"말이 아냐. 고된 일뿐이라구. 온종일 죽도록 일만 해야 되는 신세니까 말일세."
"몸을 조심해지. 좀더 편히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겠네."
"날 그렇게까지 염려해 주니 고맙네. 자네 말이라면 뭐든지 듣고말고."
그래서 당나귀는 말했다.
"오늘 밤엔 여물을 먹지 말게나. 자네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으면 주인은 병에 걸린 줄 알고 고된 일에서 행방시켜 줄 걸세, 그럼 자네도 나처럼 편히 쉴 수 있을 게 아닌가."
황소는 그 충고를 받아들여 당나귀의 말대로 했다.
날이 밝자 농장 주인이 외양간에 들러 보니, 당나귀가 황소 몫까지 여물을 먹어 치웠고 황소는 자고 있었다. 그는 어제 짐승 두 마리가 서로 주고받던 대화를 기억해 내곤 당나귀녀석이 잔꾀를 가르쳐 줬구나 하고 큰 소리로 웃어 댔다. 웃음 소리를 들은 아내는 남편이 다시 방으로 들어오자 물었다.
"왜 그렇게 큰 소리로 웃었어요."
"아냐, 우스꽝스런 일이 생각나서 말이야. 문득 웃음이 터져 나왔다구."
그 날 아침 주인은 외양간 관리인에게 명령했다.
"오늘은 황소를 쉬도록 하게. 그 대신 당나귀를 끌고 나가서 황소 몫까지 실컷 부리게나."
저녁이 되자 당나귀는 지쳐서 외양간으로 돌아왔다.황소는 당나귀에게 물었다.
"매정한 인간들이 나를 빗대어 무슨 말을 하지 않던가?"
"왜 하지 않았겠나. 황소가 앞으로도 여물을 먹지 않고 일을 못 한다면 당장 잡아먹어야겠다고 말하더군."
황소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황소는 사자가 먹이에 덤벼들 듯이 여물통에 머리를 처박고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주인은 또 두 짐승의 대화를 듣고서 당나귀의 발상이 하도 우스운지라 킬킬 웃어 댔다. 그러자 아내가 이번에도 화를 내며 말했다.
"어제 당신이 웃었을 적엔 그저 우연한 일로 그랬으려니 하고 생각했지만 오늘만은 따져 봐야겠어요. 사람이라곤 우리 둘밖에 없는 곳에서 두 번이나 웃다니, 틀림없이 날 보고 웃었을 거예요. 당신이 웃은 까닭을 솔직히 얘기하기 전까진 절대로 내 곁에 오지 마세요."
남편은 난처해서 애원하듯이 말했다.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말라구. 비밀을 누설하면 큰일나니까 단단히 입을 봉하고 있어야 해. 만일 그걸 말하는 날엔 내 목숨이 끊어져 버리는거야."
그래도 아내는 진실을 들을 때까지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겠노라고 억지를 썼다. 이윽고 남편은 입을 열었다.
"임자가 정 알아야 겠다면 내가 죽을 셈치고 알려 주지. 임자가 없는 세상에서 나 홀로 살아간들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말이세. 하지마 이야기를 들려 주기 전에 마지막으로 처리해 둘 일이 있다구."
그는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모두에게 나중 일을 잘 부탁해 둘 속셈이었다.
그런데 그는 개를 한 마리 기르고 있었다. 개는 마냥 슬픈 듯이 고개를 숙인 채 빵과 고기를 주어도 입에 대지 않았다. 주인이 지금 죽으려고 하는 모습이 슬퍼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자 수탉이 암탉들과 함께 다가와서 빵과 고기를 맛있게 쪼아먹었다. 개는 발끈 화를 내며 수탉에게 덤벼 들었다.
"너는 어쩌면 그렇게도 욕심장이인데다 배은 망덕하냐. 네 주인이 죄인처럼 이제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인데 네놈은 조금도 걱정이 안 되느냐?"
그러자 수탉이 대답했다.
"주인이 어리석기 짝이 없어서 그 꼴인데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소리냐. 보라구. 난 마누라를 열이나 거느리고 있지만서도 내 말 한 마디에 모두들 쩔쩔맨단 말일세. 그런데 주인은 단 하나밖에 안 되는 마누라조차 제대로 거느리지 못하고, 야단도 못치고 있는 형편이 아닌가?"
그리고 입을 더 크게 벌려 큰 소리로 외쳐 댔다.
"도대체 여편네 엉덩이에 깔려 있는 주인이야말로 꼴불견이지 뭔가. 자,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조금이라도 영리해지는 게 어때?"
그러자 개가 되물었다.
"그럼 주인께선 부인에게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그야 물어 볼 것도 없지. 큼직한 몽둥이로 실컷 두들켜 패야 돼. 난 보증하겠네. 그럼 부인은 잘못을 빌 거고 주인도 변명할 필요가 없게 된다구."
수탉의 얘기를 들은 사나이는 그대로 실행했다. 그리고 목숨을 간신히 건질 수 있었다.



List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1172 Next
/ 117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