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들 “시간·돈 절약”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기혼 여성들 중 약 절반은 납치된 뒤 강제 결혼당한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길거리에서 처녀를 납치해 결혼하는 풍습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 ‘알라 카추(ala kachuu·붙잡아서 뛰어라)’로 불리는 이런 관습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대부분의 키르기스인들은 위법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난 30일 전했다.
키르기스스탄 남성들이 아직 이런 악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구혼해서 승낙받기가 쉽지 않고, 신부 친정에 800달러(약 80만원)의 지참금과 소 한 마리를 건네야 하는데, 대다수 총각들에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총각들은 친척이나 친구들의 부추김과 도움을 받아 신붓감 납치에 나선다. 본인이 주저하는 경우엔 술을 먹여 용기를 북돋우기도 한다. 미리 점찍어둔 여성을 납치하기도 하지만,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선택하기도 한다.
친척이나 친구들이 신붓감을 강제로 차에 태워 예비신랑의 집으로 데려가면, 가족들은 우선 납치된 여성을 진정시킨 뒤 ‘줄루크’라는 하얀색 숄을 머리 위에 걸치도록 한다. 이 숄은 복종을 상징하는 것으로, 납치된 처녀는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결혼에 응하거나 ‘남자의 손을 탄 여자’로 나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납치된 처녀들은 대부분 격렬히 저항하지만, 80% 가량은 결국 결혼을 받아들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