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와서
까만 휘장을 치고 살다가
새벽 신부가
안개마차를 타고
우아한 모습으로 오는 걸 보고
달아났다
까만 흔적마다
안개로 씻는
호반의 아침은
새 소리로 가득하다
수면에
물새 대신
잉어가 펄쩍 뛰어나와
원을 그리고 잠수한다
배가 고픈 것일까
운동을 하는 것일까
나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 것일까 --
아무려나
괜찮지만
배가 고픈 것이라면
빈손인 내가 송구해진다
언제나
배고픈 나그네라면
무엇이라도 먹여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어머니의 심성이
내 마음에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물레방아는
밤새도록 쉬지도 않았는지
일찍이도 돌아가고 있다
풀잎과 풀잎은
서로 마주치며
이슬방울로 세수하기에 분주하고
호반의 아침은
맑고 신선하며
모두가 부지런하다
강석자 신앙시 모음 '미소'에서 발췌
Korean only
시가 있는 아름다운 세상 4
by 삶의언어 posted Dec 27, 2022 Views 0 Likes 0 Replie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