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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이 처음으로 고안해낸 장기

by 삶의언어 posted Dec 27, 2022 Views 0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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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의 하나가 장기(將棋)였다.
어느 날 솔로몬은 최고 고문(顧問)인 베나야와 여느때처럼 장기판을 사이에 두고 대적하고 있었는데, 베나야 쪽이 패색이 짙었다. 본시 장기를 고안한 왕과 실력을 겨룰 만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베나야가 수가 막혀 궁지에 몰려 있을 때 마침 거리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 왔다. 성문 앞에서 두 젊은이가 주먹다짐을 하며 한창 싸우고 있었다. 왕은 조용히 일어서서 창 밖의 광경을 살펴봤다. 그 틈에 베나야는 왕의 말을 하나 감추어 버렸다. 왕은 말이 하나 없어진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앉았다. 왕의 형세는 차츰 불리하게 되어 도저히 만회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노상 지고만 있던 베나야가 처음으로 승자가 됐다.
왕은 지고 나서 어지간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자기보다 강하다고 뽐낼 만한 자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왜 졌는가를 조사해 보기 위해 말들을 늘어놓고 처음부터 복기를 해 봤다. 그러자 말 하나가 도중에 없어졌음을 알아 냈다. 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틀림없이 내가 창문으로 가서 자리를 뜬 사이에 베나야가 속인게 분명하다. 그놈이 말을 하나 떼어 없애 버렸기 때문에 이긴 거야. 정면으로 그놈을 책망할게 아니라 자기 입으로 털어놓도록 만들어야지."
왕은 그 속임수를 알아 낸 사실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문득 창 너머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수상한 두 사나이가 어깨에 자루를 메고, 뭔가 소곤거리면서 지나가는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이제 막 도둑질을 하러 나서는 길이 분명했다. 솔로몬은 곧장 방으로 돌아가 왕의(王衣)를 벗은 뒤 하인의 남루한 옷으로 갈아 입고 거리로 뛰어나가 두 사나이를 쫓아갔다. 그는 두 사나이에게 인사를 하면서 넉살 좋게 말했다.
"내 솜씨야말로 보통이 아니라구, 자네들 일에는 아주 능숙하단 말일세. 부라구, 여기 왕의 안방 열쇠가 있잖은가. 거기엔 보물이 수북이 숨겨져 있다구. 난 잘 알지. 이 계획은 오래 전부터 꾸미고 있었지만 좀처럼 혼자서 해치울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 나도 같은 입장이니까 어떤가? 함께 가서 한탕 털어 보지 않겠는가?"
두 사나이는 설마 그가 왕인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어디서 굴러 떨어진 호박이냐 싶어 당장 승낙했다. 그리고 다짐하듯이 말했다.
"그럼, 자네가 안내하게나. 터는 일은 우리가 맡을 테니까 말야."
솔로몬은 대답했다.
"그런데 날이 너무 밝군 그래, 밤이 깊어져서 예루살렘의 마을이 모두 잠들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세."
한밤중이 되자 왕은 두 도둑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자, 슬슬 가 보자구. 털기에 아주 좋은 시각이군."
왕은 궁전 깊숙한 곳까지 그 도둑들을 안내하고, 귀중한 보물이 놓여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갔다. 도둑놈들은 재빨리 손을 내밀려고 서둘렀는데, 왕이 가로막으며 말했다.
"여기에 손을 대서는 안 돼. 더 좋은 것이 들어 있는 방이 따로 있어. 그걸 몽땅 털자구."
그러고 나서 역시 귀중품이 있는 다른 방으로 끌고 간 뒤 거기서도 역시 털기 쉬운 물건이 따로 있다면서 손을 못 대게 했다. 마지막으로 솔로몬은 보석류를 감춰 둔 작은 골방으로 도둑놈들을 데리고 갔다. 여기서 왕은 그들에게 말했다.
"자, 실컷 털게나. 자네들이 자루에 가득 채우는 동안 난밖에 나가서 도망칠 출구를 확인해 둘 테니 말이야."
왕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방 문에 철커덕 자물쇠를 채웠다. 그러고 나서 왕의로 다시 갈아입고, 측근자를 불러 호통을 쳤다.
"지금 내 방에 도둑들이 침입했다. 한 놈도 놓치지 말고 잘 감시하렷다."
다음 날 아침, 왕은 법정을 열도록 준비를 시켰다. 최고 고문인 베나야도 불러 냈다. 솔로몬은 상좌에 자리를 차지하고 일동에게 물었다.
"진리를 사랑하고 법에 밝은 신하들이여, 여기 현장에서 붙잡힌 도둑들이 있다. 더구나 국왕의 소유물을 훔치려던 악당들이다. 이들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 마땅하겠는가? 그대들의 총명한 의견을 듣고 싶다."
이 말을 듣자 베나야가 손발은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은 당장 멎을 것만 같았다. 왕은 전번 장기의 속임수를 간파하고, 이 법정에서 자신을 처벌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이대로 침묵을 지키면서 판결이 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가는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됨은 뻔한 노릇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스스로 잘못을 자백하고 자비를 구하는 편이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왕 앞에 무릎을 끊고 아뢰었다.
"그 도둑은 바로 저 올습니다. 전번에 장기 상대를 해 드리고 있을 적에, 국왕 폐하께서 자리를 잠깐 뜬 사이에 소신은 폐하의 말을 하나 훔쳐 없애 버렸습니다. 이렇게 사죄를 비는 소신에게 제발 무거운 벌을 내려 주시옵소서 ......"
솔로몬은 베나야의 고백을 듣자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 말게나, 베나야여. 이 법정을 열게 된 까닭은 자네 때문이 아닐세. 그런 사소한 일은 벌써 잊어 버렸네. 실은 간밤에 내 보석을 훔치려 했던 두 도둑을 붙잡아 두었네. 법관 제군, 판결을 내려 주기 바라네."
법정은 이 사건을 조사한 끝에 도둑들에게 교수형을 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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