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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개를 지킨 명장의 아내

by 삶의언어 posted Dec 27, 2022 Views 0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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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이 신전(神殿)을 짓기 시작할 때 모든 나라의 왕후(王候)에게 편지를 보내어서 그 분야의 명장(名匠)이라 불리는 기술자를 예루살렘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일에 대해서는 응분의 보수를 지불하겠노라고 덧붙였다. 왕후들은 모두 그 요청에 응했다. 솔로몬 왕의 분부를 거역할 용기가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한 나라에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다른 나라로 나가서는 일을 하려 들지 않는 자가 한 사람 있었다. 이 사나이에게는 비길 바 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런 아내가 있었다. 그는 어느 나쁜 사나이가 아내의 몸을 더럽히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멀리 떠날 수 가 없었던 것이다.
솔로몬의 편지가 이 마을에 도착하자 영주는 그를 불러서 예루살렘으로 가도록 부탁했다.
"솔로몬 왕이 착수하고 있는 신전 건축을 거들어 주게나. 솔로몬은 권세가 이만저만이 아닌 왕인지라 나로선 그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단 말일세."
그는 울적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왔다. 까닭을 묻는 아내에게 그는 영주가 명령한 얘기를 들려 주었다. 아내는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딴 나라로 떠나기를 꺼리시는 이유가 저 때문이라면 당신 마음 속에서 그런 걱정은 몽땅 털어 버리세요. 영주님 명령대로 안심하시고 여러분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떠나세요. 전 언제까지나 깨끗한 몸으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 망을 듣고 마음이 다소나마 가라앉은 그는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더불어 마지막 밤을 지냈다.
그가 아침에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노라니 아내는 삼베 부스러기 속에서 반짝이는 석탄이 들어 있는 작은 유리 상자를 건네 주며 말했다.
"이 작은 상자를 목에 걸고 떠나세요. 삼베에 불이 붙지 않는 동안 죄 많은 불이 저를 더럽히지 않고 있다고 믿어 주세요."
명장은 작은 상자를 목에 걸고 떠났다.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신전 짓는 일에 정성을 쏟았다.
솔로몬 왕은 날마다 작업장에 나타나 공사의 진행 상태를 살펴 보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명장의 목에 매달려 있는 작은 유리 상자에 눈길을 멈추고, 그 사연을 물었다. 그는 숨김 없이 자조 지종을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잘생긴 두 젊은이를 불러 명장의 마을로 가서 그 집에 유숙하며 그 아내를 유혹해 보라고 명령했다.
젊은이들은 왕의 명령에 따라 명장이 사는 먼 나라로 떠났다.
마을에 도착한 그들이 명장 집에 유숙을 청하자 명장의 아내는 상냥하게 맞아들여 한 식탁에서 식사를 대접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뒤 명장의 아내는 그들을 침실로 안내하더니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한 달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한편 솔로몬은 날마다 명장의 목에 걸린 작은 상자를 들여다봤지만 삼베 부스러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신이 스스로 나서 보기로 작정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변장하여 두 종복(從僕)을 거느리고 명장의 고장으로 떠났다.
마을에 도착하자 그 이름난 정숙한 여인 집에 유숙을 청했다. 그녀는 역시 상냥하게 맞아들이고 왕에게 어울리는 식사를 대접했다.
영리한 그녀는 손님이 솔로몬 왕임을 벌써 알아채고 있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그녀는 낱낱이 다른 색깔로 칠한 달걀을 듬뿍 접시에 담아 내놓고 나서 말했다.
"임금님, 잡숴 보세요."
"누구더러 임금이라 부르고 있는 거냐?"
"나리의 눈에는 어딘지 모르게 제왕의 위엄이 빛나고 있습니다. 저는 나리를 섬기는 비천한 여인입니다. 이 달걀을 각각 조금씩 잡수어 보시고 그 맛을 살펴 주세요."
왕은 달걀을 먹어 보고 말했다.
"제각기 껍질 빛깔은 다른데 맛은 모두 한결같군 그래."
이 말을 들은 여인은 재빨리 말했다.
"저희들 여인도 이 달걀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얼굴 모양은 다 달라도 즐거운 맛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얼굴이 좀 잘생겼다고 해서 머나먼 길을 오신다는 건 헛된 일입니다. 저는 나리를 섬기는 여인이므로 저를 마음대로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체 높으신 나리께서는 이 속세의 욕망은 모두 허무하고 죄가 많은 것임을 알고 계실 줄 믿습니다."
솔로몬은 여인의 현명하고도 사랑스러운 얘기를 듣고 난 뒤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쳐 댔다.
"그대에게 축복이 있으라. 그대의 정숙한 마음에 축복이 깃들라!"
그리고 앞으로는 자기 누이동생이 되어 달라고 청했다. 왕은 그녀에게 값비싼 선물을 주고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갔다. 왕은 긍지 놓은 여인의 남편에게 그 얘기를 들려 주고 남의 열 배나 되는 보수를 지불하면서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라. 그리고 네 아내와 행복하게 살도록 하라."
그리하여 명장은 고향 마을로 되돌아왔다. 그는 아내의 이마에 입맞춤하고 지난 날 이상으로 아내를 소중히 대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변함없는 우정이 명장 부부와 솔로몬 왕 사이에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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