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a of Wisdom

마지막 한 수가 아직 남아 있다

by 삶의언어 posted Dec 27, 2022 Views 0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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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가 비롯된 이래, 우리들은 질병, 끊임없는 전쟁, 자연의 폭력 등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면서 살아와야만 했다. 그 가운데는 우리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고난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인간을 믿고 있다. 물질 속에 있는 에너지를 개발하는 능력을 지닌 인간이 그 지식을 이용해서 아름다운 세계를 파괴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는 하지만, 우리들 내부나 주위의 환경에 있는 악과의 싸움이 종종 실망으로 끝나게 되는 사례를 매일처럼 보고 듣고 있다. 신문에는 밝은 면보다는 오히려 폭력, 고통, 무관심과 무감각, 곤란에 빠져 버린 세계의 모습을 보게 되는 일이 더 많다.
그렇지만 깊은 감명을 주는 얘기를 듣게 되면, 또 새로운 용기가 솟아나는 수도 있다.
어느 이름난 박물관의 눙에 잘 띄지 않는 벽면에 아주 별난 그림이 한 폭 걸려 있었다. 그 그림에는 <체크(장군!)>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사람과 악마가 서양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 테마는 아주 뛰어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간은 여태까지 쌓아 올린 지혜, 통찰력, 경험이나 전략을 총동원해서 악의 상징인 악마를 상대로 해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어느 족이 이길까? 양쪽은 필사적으로 자기가 지니고 있는 모든 능력을 있는 대로 동원하고 있다. 아무튼 이 시합(즉, 이 세상에서의 우리들의 생활)은 무척 중요한 승부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그림의 제목은 <장군!>으로 되어 있어 악마가 이길 듯한 형세에 놓여 있다. 악이 승리를 해서 이대로 가다가는 틀림없이 인간쪽이 지게 되어 있다. 인간 역시 전력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바야흐로 악마가 "장군!"을 부르고 있어 인간은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이 박물관을 찾아 온 어떤 이가 이 장기 두는 그림에 감동되어 오랜 동안 캔버스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악마가 인간에게 장군을 부르다니 어디 될 법이나 한 말인가."
무심결에 그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였다. 차츰 그 사람은 어두운 심정이 되어 그림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마침내 그 사람은 펄쩍 뛰며 미친 듯이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박물관에서는 그런 큰 소리를 질러서는 안되게 되어 있다. 수위가 바로 달려와서 그 사람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러자 그는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와 그림 앞에 섰다. 한 참을 바라보다가는 감정이 폴발하여 또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또 수위들이 달려와 그 사람을 밖으로 끌어내었다. 세번째로 그 사람이 또 들어오니까 박물관 내의 정숙을 위해 특별 감시원이 지키고 서 있었다.
이번에는 그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들었다. 그는 또 외치기 시작했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구 말구. 끝장이 아니라 희망은 남아 있어. 아직 한 수가 남아 있단 말이야."
곁에 모여든 사람들도 장기판을 자세히 드려다 보았다. 사실은 사람쪽은 함정에 빠져서 진 것처럼 보였었다. 하지만 장기를 잘 두었던 그 사람은 이제 장기판의 판국이 절망적으로 [보이기는] 했으나, 아직 완전한 "체크(장군!)"가 아니라 실은 아직 방법이 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인류에게는 마지막의 한 수가 남겨져 있어, 그 한수로 구원을 받게 된다. 아직 희망이 있다. 거기에 모여든 사람들도 모두 그 뜻을 깨달은 것이다.
악마가 인간에게 장기로 승부를 걸어 바야흐로 사람은 어쪄지도 못하는 궁지에 몰려 있다. 하지만 마지막의 한 수만은 언제나 남겨져 있다. 기사회생(起死回生)하는 한 수가. 인간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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