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들의 방을 무심코 들여다보던 어머니가 깜짝 놀랐다. 그것은 저질스런 그림들과 사진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을 불러 호통을 치거나 그림들의 출처를 묻지 않았다. 그 대신 다음날 벽 한복판에 독일이 낳은 유명한 화가 호프만의 '빌라드 궁전의 그리스도' 성화를 조용히 걸어두었다. 하룻밤이 지난 후 어머니는 아들방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빽빽하게 걸려있던 저질스런 그림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오직 호프만의 성화만이 벽 한복판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성화가 악화를 구축했다는 이야기다.
우리 시대는 저질 시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정치·사회·경제·예술·문화·교육, 심지어는 사람까지도 저질시비의 도마에 오르곤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지만, 양화나 성화가 제 구실을 해낸다면 악화는 스스로 역사의 현장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진리의 몸짓은 작고 조용하지만 그 위력은 기필코 역사를 새롭게 할 것이다.
The Sea of Wisdom
작지만 큰 이야기
by 삶의언어 posted Dec 27, 2022 Views 4 Likes 0 Replie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