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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은 병아리가 될 수 없다

by 삶의언어 posted Dec 27, 2022 Views 0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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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시동들이 함께 식사를 했다. 삶은 달걀이 식탁에 나왔다. 그 가운데 한 소년이 배가 고파서 자기 몫을 먼저 먹어 버렸다. 다른 애들이 먹기 시작했을 때, 자신의 접시만 텅 비어 있는게 부끄러워 옆에 있는 소년더러 달걀을 하나 꾸어 달라고 부탁했다.
"음, 좋고말고."하고 그 소년은 승낙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증인이 돼 줄 테니, 내가 재촉했을 때, 그 달걀과 그때까지 그 달걀이 내게 가져 올 이익을 전부 합쳐서 갚겠다고 약속해 준다면 말일세."
그는 틀림없이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 뒤 그가 그 일을 까맣게 잊어 버렸을 무렵, 친구 소년은 그에게 꾸어 간 달걀을 갚아 달라고 재촉했다. 그는 꾼 달걀은 단 하나뿐이었다고 말했지만, 친구가 갚으라고 졸라 대는 달걀은 훨씬 많았다. 얘기가 엉뚱하게 다르기 때문에 둘은 다윗에게로 갔다.
궁전 문 곁에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앉아 있었다. 솔로몬은 다윗을 찾아오는 방문객이 있으면 반드시 용건을 물었다. 두 소년들도 왜 함께 찾아왔는지, 그 까닭을 알려 줘야 했다. 얘기를 듣고 나서, 솔로몬은 말했다.
"우리 아버지께 말해 보렴. 그리고 돌아갈 때, 어떠한 판결이 내렸는지 내게 알려 주게나."
소년들은 다윗으로부터 사정을 문초받았다. 고소한 측은 증인들의 증언을 내세워 달걀을 꾸어 줬을 때의 조건을 들고 나왔다. 그에 따르면 달걀을 꾼 자는 꾸어 준 자에게 달걀 하나가 오랜 기간이 낳게 될 이익을 전부 지불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걸 듣고 왕은 고소당한 측에 빚을 모두 갚아 주도록 말했다.
"하지만, 얼마만큼 지불해야 될지 저로선 모르겠습니다."
하고 그 소년은 대답했다.
그러자 친구 소년이 계산했다.
"일 년째엔 달걀이 병아리가 됩니다. 그 병아리가 이 년째에는 열 여덟 마리의 병아리가 됩니다. 삼 년째는 그 열 여덟 마리가 제각기 다시 열 여덟 마리를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해마다 늘어 나갑니다."
그 계산은 굉장한 숫자로 불어났다.
소년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법정을 나섰다. 궁전 문 곁에서 다시 솔로몬을 만났다.
솔로몬은 물었다.
"임금님의 판결은 어떻게 됐나?"
"제 친구에게 달걀 한 개로 말미암아 잃은 것을 몽땅 갚아 줘야 하게 됐습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숫자가 어마어마해서 저로선 갚을 길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듣자 솔로몬은 말했다.
"그럼 내가 좋은 지혜를 가르쳐 주지. 밭에 나가서 임금님 군대가 지나갈 때 일을 하고 있으라구. 삶은 팥을 가지고 있다가 병사가 지나는 곳에서 한 줌씩 밭에 뿌리는 거야. 뭘 하고 있느냐고 묻거든 삶은 팥을 뿌리고 있다고 대답하라구. 삶은 팥을 밭에 뿌린다는 얘기는 금시 초문이라고 물론 병사들은 말할 거야. 그러면 삶은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화한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있습니까. 하고 대꾸해요."
소년은 곧장 그 지시에 따라 지정된 장소로 가서, 삶은 팥을 밭이랑에 뿌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병사들이 이구 동성으로 물었다.
"거기서 뭘 하고 있느냐?"
"팥을 삶아서 밭에 뿌리고 있는 참이예요."
"삶은 팥에서 삭이 튼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 보지 못했는데……."
그러자 소년은 대답했다.
"그럼 삶은 달걀이 부화해서 병아리가 된다는 얘기는 들어 본적이 있습니까?"
병사가 지나갈 때마다 마찬가지 문답을 되풀이하고 있는 동안, 이 얘기는 마침내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다. 왕은 다시 소년을 불러들여 물어 봤다.
"누가 그런 지혜를 네게 가르쳐 줬는가?"
"제가 생각해 냈습니다."
하고 소년은 대답했다. 하지만 왕은, 솔로몬이 꾀를 귀띔해 주었으리라고 단정하고 거듭 물어 보자 소년은 솔로몬에게서 배웠다고 순순히 자백했다.
왕은 왕자 솔로몬을 불러들여 물었다.
"너 같으면 이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리겠느냐?"
솔로몬이 대답했다.
"본디 무(無)에서 그 소년이 책을 질 필요는 없습니다. 뜨거운 물에다 삶아 낸 달걀은 병아리가 될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소년은 달걀을 하나만 갚아 주고 사건을 결말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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