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평소 인기척 없는 쓸쓸한 곳을 곧잘 찾아가서 자신하고만 얘기를 주고받곤 했다. 그럴 때면 으레 하나님의 영(靈)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 날도 모세는 샘터 근처의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사색에 잠겨 있었다. 그때 한 사나이가 샘터로 다가오더니 물을 마시고는 곧장 발걸음을 재촉하여 총총히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사나이는 지갑을 떨어뜨린 채 그걸 잊고 그냥 가 버렸다. 얼마 후 다른 사나이가 샘터로 와서 역시 물을 마셨는데, 그 사나이는 지갑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그걸 안주머니에 집어 넣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뒤, 또 한 나그네가 샘터에 왔는데, 이 사나이는 물을 마시고는 한 동안 쉬고 있었다.
최초의 사나이는,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깨닫자 이건 분명히 물을 마시려고 허리를 굽혔을 적에 떨어뜨렸으리라고 생각하고 서둘러 샘터로 되돌아왔다. 샘터에 한 사나이가 홀로 앉아 있는 걸 보고 그는 물었다.
"거기서 뭘하고 있는가?"
"피곤하기에 잠시 귀고 있는 참이다. 배도 채우고 물도 실컷 마셨기에 서서히 떠나려고 하고 있지."
그러자 돈을 잃어 버린 사나이가 다짜고짜 그에게 덤벼 들었다.
"그럼, 내가 떨어뜨린 지갑을 보았겠군 그래.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니까 말야. 네 놈밖에는 없다구."
"네 지갑을 내가 알리 있나. 무턱대고 누명을 씌울 셈인가? 딴 데 가서 찾아 보라구."
결국 싸움이 벌어지고 격한 주먹다짐이 오가게 됐다. 모세가 일어서서 싸움을 말리려고 했으나 그가 도착하기 전에 돈을 떨어뜨린 사나이는 다른 한 사나이를 때려 죽이고 도망갔다.
모세는 죄도 없이 살해당한 사나이가 가엾게 여겨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어찌하여 억울한 일이 일어나도록 하시는지 불가사의하게 여겨졌다. 모세는 말했다.
"주여, 저는 지금 세 가지 부당한 행위를 이 눈으로 보았습니다. 첫째는 한 사나이가 자기 물건을 떨어뜨리는 걸 당신은 보고만 계셨습니다. 둘째는 다른 사나이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것을 자기 소유로 삼는 것을 보고만 계셨습니다. 셋째로 아무 나쁜 일을 하지 않았던 사나이가 살해당하는 꼴을 그냥 보고만 계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돈을 떨어뜨린 사나이는 살인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렇듯 서로 얽힌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면 좋은지, 전능하신 하나님이시여, 가르쳐 주소서!"
그러자, 하나님은 모세에게 대답했다.
"너는 마치 내가 한 일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구나. 인간에겐 이따금 내가 하는 일이 불가사의하게 여겨지리라. 사물에는 모두 그 연유가 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 네게 가르쳐 주겠노라. 돈을 떨어뜨린 사나이는, 과연 정직하기는 하지만 그 돈은 그의 아버지가 훔친 것이야. 그리고 그때 돈을 발견한 사나이는 돈을 도난당한 사람의 아들이었다. 살해당한 사나이는, 벌써 먼 옛날의 일이지만, 지금 그를 죽인 사나이의 형을 죽인 적이 있다. 증인도 없이 그러한 일이 일어났으므로 동생더러 그 원수를 갚게 한 셈이지. 너희들은 번번이 왜 악인이 번영하고 왜 정직한 자가 괴로운 일에 부딪쳐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리라. 인간에겐 내가 걷는 길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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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서 일어난 사건
by 삶의언어 posted Dec 27, 2022 Views 0 Likes 0 Replie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