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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는 마음 - 성심편(省心篇) 11

by 삶의언어 posted Dec 27, 2022 Views 0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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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 빠진 항아리를 막을지언정
 *코 아래 가로 째진 것 막기는 어렵도다.

[원문] 寧塞無底缸이언정 難塞鼻下橫이니라.
[번역] 영색무저항이언정 난색비하횡이니라.

[해설]
 따지고 보면 말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고, 바른 말만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말 자체를 사랑하는 버릇이 있는 까닭에, 사람만 만나면 된 말 안된 말을 쉴 사이 없이 지껄이게 된다. 다방에 앉아 있다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모두가 열심히 말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순간이 있다. 저 사람들에게는 대체 무슨 할 말이 저렇게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자신도 친구와 조금 전까지 열심히 혀를 놀려 댔었으니, 따지고 들면 피장파장이다.
 이런 대화의 대부분은 정국에 대한 비판, 타락한 사회에 쏟아 붓는 개탄, 친구에 대한 흉 같은 것이어서, 요컨대 요설이다. 아무리 비분 강개해 보이고 정의감을 발휘해 본대도, 그런 말에는 책임질 주체가 없다. 사려(思慮)가 빠지고 판단이 빠지고 결의(決意)가 빠지고…, 한 마디로 말해 인격이 결여되어 있다. 그저 기분내키는 대로,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그 지껄이는 쾌감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무책임한 발언은 남들을 때로 해칠 뿐 아니라, 항상 저 자신을 해치게 된다. 우리 마음에는 탐욕·시기심·증오감·교만 따위 악이 도사리고 있는데, 이를 억제하는 대신 입을 통해 막 내뱉고 있는 까닭이다. 독이 깨지면 물이 새지만, 입이라는 구멍을 통해 새어 나오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 이를 남의 말을 막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해도 뜻은 통한다.

[주] 코 아래 가로 째진 것  원문은 '비하횡'. 입을 가리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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